夫天地者(부천지자)
萬物之逆旅(만물지역여)요
무릇 천지(天地)라는 것은 만물(萬物)이 잠시 쉬어가는 여관이고,
光陰者(광음자)
百代之過客(백대지과객)
시간(時間)이라는 것은 영원한 나그네이다.
而浮生若夢(이부생약몽)
爲歡幾何(위환기하)
이 덧없는 인생은 꿈같이 허망하니, 그 기쁨을 즐긴다 해도 얼마나 되겠는가?
古人秉燭夜遊(고인병촉야유)
良有以也(양유이야)
옛사람들이 촛불 들고 밤에까지 노닌 것은 참으로 이유가 있었구나.
況陽春召我以煙景(황양춘소아이연경)大塊假我以文章(대괴가아이문장)
하물며 따스한 봄날이 아지랭이 낀 아름다운 경치로 나를 부르고 천지가 나에게 글재주를 빌려 주었음에랴!
會桃李之芳園(회도리지방원) 序天倫之樂事(서천륜지락사)
복숭아꽃 오얏꽃 핀 아름다운 정원에 모여 형제들이 즐거운 놀이판을 벌이는데,
群季俊秀(군계준수)
皆爲惠連(개위혜련)
吾人詠歌獨慙康樂(오인영가독참강락)
여러 아우들은 글솜씨가 빼어나서, 모두 혜련(惠連 - 이태백 전시대의 시인)에 버금가는데, 내가 읊은 시만이 강락(康樂 - 이태백 전시대의 시인)에 부끄러울 뿐이다.
幽賞未已(유상미이)
高談轉淸(고담전청)
그윽한 봄 경치 감상이 끝나지도 않아서, 고상한 이야기는 더욱 맑아진다,
開瓊筵以坐花(개경연이좌화) 飛羽觴而醉月(비우상이취월)
화려한 잔치자리 벌려 꽃 사이에 앉아서, 아름다운 술잔 주고 받으며 달에 취하네,
不有佳作(불유가작)
何伸雅懷(하신아회)
이럴 때 좋은 시 짓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고아(高雅)한 감회를 펼 수 있겠는가?
如詩不成(여시불성)
罰依金谷酒數(벌의금곡주수)
만약 시(詩)를 짓지 못하면, 금곡(金谷)의 고사(故事)처럼 벌주(罰酒)를 마시게 하리라.